애퍼시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리뷰 43편- 아라이 [게이머의 조건2] 애퍼시 학무



아라이 [게이머의 조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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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회에서 스쿨데이즈가 나온 걸 보고

"학무가 몇 년 뒤에 스쿨 데이즈가 나올 것을 예견했다!"

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스쿨 데이즈는 사실 2005년에 나왔고 애퍼시 학무는 2007년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1995년, 학무의 제작자 이이지마 타키야가 직접 쓴 학무 소설책이 2권짜리로 나왔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또라이 같은 내용 때문에 책은 안 팔리고 바로 절판 됐는데
2007년에 이 소설에다 그림과 음악을 붙인 게 애퍼시 학무의 제1버전입니다.
(제가 하는 건 나중에 시나리오를 추가한 버전.)

그런데 이 소설에 수록된 에피소드가

내 인형
타카기 할머니
게이머의 조건
향긋한 냄새
당신은 행복한가요
거짓된 사랑
매혹의 화장실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이것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리뷰하는 이 게이머의 조건은 95년 부터 이미 완성된 에피소드입니다.

95년에 나온 소설에서 이미 스쿨 데이즈 얘기가 나온 것입니다.


10년 뒤에 스쿨 데이즈라는 또라이 게임이 나올 것을 95년에 예견한 또라이 이이지마...



주의:
1. 이 게임은 다른 캐릭터가 말하는 걸 주인공이 듣는 형식이므로, 그 다른 캐릭터의 말은 회색칸에 적겠습니다.
내용은 전부 번역하면 양이 너무 많아지므로 이야기의 이해를 방해하지 않는 방향에서 편집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2. 이 글은 웃자고 쓴 의도가 강하므로, 무서운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희화화 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다만 내용을 크게 왜곡하지는 않았습니다.

3. 리뷰를 즐기는 다른 분들을 위해 댓글로 스포일러는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게임의 타이틀은 스쿨 데이즈.
물론 그것만 가지곤 어떤 게임인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분명 여고생들과 장미빛 학교 생활을 보내는 미소녀 어드벤처겠죠.
여자와 만나고, 사귀고, 그리고 자는 겁니다.
그런 식의 게임이 요즘 유행하고 있거든요.
동인 게임에도 그런 게 많습니다.
저는 좋지 않은 경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차피 그런 작품이겠죠.




스쿨 데이즈의 장르와 내용까지 예견한 학무


뭐야 이거 무서워.

...아니 그런데 생각해보니 장미 빛은 아닌가.

봉투의 안을 확인한 아카가와 군은 놀란 것 같았습니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 나쁜 의미로요.
매뉴얼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얇은 레포트 용지 한 장.
그리고 플로피 디스크가 한 장. 그것 뿐이었습니다.

(주: 플로피 디스크 = CD나 USB메모리가 돌기 전에 쓰던 저장매체)

봉투 안에는 그것만 들어있었습니다.
요즘 게임은 규모가 커져서 말이지요.
요즘엔 디스크 1장짜리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없습니다.
아카가와 군은 이제야 안 거죠. 속았다는 걸.

.......뭐 인간은 그런 경험을 통해 어른이 되어가는 법이지요.
아카가와 군에게도 좋은 약이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기도하는 듯한 표정으로 디스크를 컴퓨터에 넣었습니다.

"....야 이거 봐라. 역시 사기야."

저는 모니터에 나온 타이틀 화면을 보고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습니다.
야아. 요즘 시대에 그런 타이틀 화면은 보기 드믈거든요.
마치 컴퓨터 게임이 막 나온 시대의 게임 같았습니다.
저도 그 정도는 만들 수 있습니다.
핑크색 가타가나로 화면 중앙에 그냥 스쿨 데이즈라고 써있을 뿐이었거든요.

거기다 음악도 없어요.
효과음 조차도 없습니다.


6만엔 짜리 쿠소게


저는 바로 아카가와 군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분한 것 같았습니다.
울음을 참는 얼굴이라고나 할까요?
이렇게 말하긴 뭐합니다만 그 얼굴은 너무 웃겨서
저는 웃음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히히히...

"시끄러 임마. 게임은 해봐야 알지."

그가 화난 건 명백했습니다. 목소리가 떨렸거든요.
저는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 이상 그를 화나게 해도 얻을 건 없고, 잘못하면 울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쫓겨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말없이 보기로 했습니다.
그후 어떤 게임이 나올지 그리고 그걸 즐긴 아카가와 군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흥미가 있었거든요.

그는 매뉴얼 같은 레포트 용지는 보지도 않고 게임을 스타트했습니다.
효과음조차 없는 게임. 그도 역시 신경이 쓰였던 거겠죠.
볼륨 버튼을 만져봤지만 소리는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화면 전체에 표시되는 문자.
그건 간단한 게임 내용을 설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장미빛 학원생활을 그린 미소녀 게임은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커녕 이게 게임으로서 동작하는지 조차 불안스러웠습니다.
화면에 표시된 내용을 요약하면 이건 학교를 만드는 시뮬레이션 게임인 것 같습니다.
학교 이름을 정하고 시설을 정합니다.
플레이어는 교장이 되어 이 학교를 운영해나가는 겁니다.
그래픽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뭐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장르는 그래픽보다는 시스템 승부니까요.
그런 의미로 아카가와 군은 조금은 안심했겠죠.


그보다 그 사기꾼들이 게임을 주긴 줬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최소한의 양심은 있구나.

하지만 이미 6만엔의 가치는 없다는 걸 그도 눈치챈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게임을 그만두려고 하지 않았던 건
어떻게든 본전은 뽑겠다는 의지가 아니었을까요.

그는 일단 화면에서 눈을 떼고 레포트 용지를 손에 쥐더니
씹어먹을 것처럼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몇번 끄덕거리더니 드디어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학교 이름은 파라다이스 학원이라고 했습니다.


이 게임에 나오는 학생들의 네이밍 센스는 왜 다 이 모양인가.


정의의 철권, 푸단에 이어 파라다이스 학원...

"굉장해. 이 게임 학생 이름이랑 선생 이름도 전부 입력할 수 있어."

그게 그렇게 대단한 것일까요.
그는 제가 아니라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6만엔을 날렸잖아요.


그러게. 저게 뭐가 대단한 거지.


그렇지만 선생이나 학생들 이름까지 하나하나 붙이진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정해진 디폴트 네임을 그대로 사용하고
학생 한 명의 이름을 자기 이름으로 한 정도였죠.

"그래. 아라이 군 이름도 넣어주겠어."

"응. 고마워."

별로 고맙지도 않았습니다만 예의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기본적으론 게임이라기 보단 데이터베이스나 환경 소프트에 가까운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주: 환경 소프트 = 조작할 필요 없이 그냥 보기만 하면 되는 게임 장르. ...게임인가?)

그냥 냅두기만 해도 학교는 알아서 돌아갔거든요.
하지만 환경 소프트라고 하는 건 그림이라도 있으니까 보고 질리지 않는 것이지요.
그림도 없고 그냥 문자가 계속 흘러가는 환경 소프트.
그런 걸 본다고 해서 뭐가 재밌겠습니까.

수영 대회나 구기 대회 같은 부분까지 확실히
세세하게 신경쓴 부분은 있습니다만 재밌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동인소프트 특유의 무모함이나 거친 파워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어딘가 묘하게 차가운 겁니다.
너무나 단조러워서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단 느낌이 전혀 안 들었습니다.


그렇겠지. 사기치려고 만들었을 테니까.


옆에서 봐도 해보고 싶단 생각은 전혀 안 들고, 솔직히 재미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카가와 군은 필사적이었습니다.
굉장하다면서 감탄을 연발하며 혼자 히히 웃어가면서
모니터를 보고 있었습니다.
자기 암시를 걸고 있는 겁니다.
왠지 그런 아카가와 군이 불쌍하게 느껴지기 까지 했습니다.
6만엔 만큼 즐기려고 필사적으로 현실도피하고 있는 그가 너무나도 비참해보인 겁니다.


사기 피해자의 발버둥.


저는 눈물이 흐를 것 같았습니다.
그런 적 없습니까?
.........위선이라고 하고 싶습니까?
아니면 자기만족이라고 하고 싶습니까?
어쨌든 제가 아카가와 군을 동정한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사기를 면한 제가 행복하다고 느꼈습니다.

당신은 행복하다는 게 어떨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까?
저는 타인의 불행을 자신과 비교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이 불행한데 저는 그렇지 않을 때.
그때 만큼 행복하다는 걸 실감하는 때는 없지요.
그런 생각 안 드시나요?
히히... 히히히히히...





이 새끼 왜 이래.


갑자기 놀부 마인드.

"재밌겠다. 굉장히 세심하게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어."

저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말함으로서 자신이 행복하다는 걸 확신하고 싶었거든요.

"그렇지? 내가 보물이라고 했잖아. 내 말이 맞지?"

아카가와 군은 또 자신이 행복하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그는 눈빛으로 호소했습니다. 제발 날 행복하게 해달라고.
저는 말 대신 미소지었습니다. 그걸 아카가와 군이 어떻게 받아들였나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이 소프트에도, 그리고 아카가와 군에게도 흥미를 잃은지 오래였습니다.
저는 이때 느끼고 있던 더할나위 없는 행복을 음미하고 싶었거든요.
더이상 여기 있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히히히...

"게임 결과는 내일 학교에서 알려줘."

"응"

제 말에 그는 힘 없이 답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에 들어와 그때 만들고 있던
초대작 게임의 제작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저도 생각하지 못한 힘이 발휘되는 법이지요.
밤새도록 키보드를 두들겨 댔습니다.
저도 놀랄 정도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완벽한 시간이었습니다.
작업 중에 고민되는 부분이 있어도 아카가와 군의 분한 그 표정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방법이 떠올랐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아카가와 군의 육만엔은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저의 양분이 되어준 거니까요.


정신상태가 썩은 아라이.




다음 날 학교에 가자 아카가와 군이 밝은 표정으로 제 어깨를 두들겼습니다.

"안녕!"

의외였습니다.
아카가와 군은 분명 오늘도 어두운 표정으로 절망하고 있을 줄 알고
저는 위로의 말을 몇 개나 생각해 왔단 말입니다.
최악의 경우 어제의 쇼크로 일어서지 못하고 오늘 학교에 안 오는 건 아닐까하고
생각하기도 했단 말입니다.
그렇다면 방과 후에 문안가야지.
그리고 또 나는 행복하다는 걸 실감하면서 오늘도 게임 제작에 몰두해야지.
그렇게 생각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제 모든 계획이 무의미해졌습니다.

"....여어. 신나보이네. 어제의 쇼크에서는 잘 벗어났냐?"



"뭐? 쇼크? 내가 왜 쇼크를 받냐?
아아아! 컬쳐 쇼크 말이냐?
난 진짜 그렇게 재밌는 게임은 처음 해봐.
오늘도 학교가 끝나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그건 결코 허세나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어제는 억지로 재밌다고 하는 게 바로 보였는데
오늘은 진심으로 재밌다고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그게 연기라면 그는 오스카 상을 받아야 합니다.


놀랍다. 그 게임이 정말로 재밌는 게임이었단 말인가.


저는 정신이 멍해져서 순간 방심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분노가 끌어올랐습니다.

확실히 게임은 그래픽이 전부가 아닙니다.
처음엔 좀 안 좋아보여도 가지고 놀다보면 재밌어지는 게임도 많습니다.
오징어처럼 씹으면 씹을 수록 맛있는 겁니다.


그리고 학무는 씹으면 씹을 수록 화가 납니다.


만약 그 스쿨 데이즈가 그런 게임이라면 그는 엄청난 걸 주운 것이고
저는 엄청난 기회를 놓친 겁니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들의 입장은 순간 역전해버린 것입니다.
제 행복의 파워는 아카가와 군에게 빨려들어갔고
전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때의 분노.
더이상 뭘 해도 잘 안 되는 그런 상황.
아카가와 군이 절 보는 눈은 동정의 눈빛이었고
저는 비굴한 태도로 아카가와 군을 대해야 합니다.


이게 그렇게 절망할 일이냐.


그날 마침 시험이 있었습니다.
대단한 시험은 아니었습니다만 망쳤습니다.
평소라면 90점 이하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그날은 82점 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이걸 보면 제가 얼마나 분해 했으며 본래의 힘을 발휘 못했는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네가 공부 안하고 날새서 게임을 만들어서 그런 걸 왜 남탓을 해.


그날 하루 종일 저는 아카가와의 노예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째서 통장을 깨지 않았을까.
후회의 기분으로 가득찼습니다.
방과후가 되지 그는 저의 숨통을 끊어놓으려는 듯 다가왔습니다.



"어때? 오늘 우리집에 오지 않을래? 괜찮으면 스쿨 데이즈를 보여줄게."

이 얼마나 굴욕적인 말입니까.
저는 그때만큼 아카가와 군이 기분나쁜 놈이라고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
용서받을 수 있다면 저주해서 죽여버리고 싶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식칼이 있다면 눈알을 파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했을 정돕니다.




큰일이다. 이 새끼 정상이 아냐.


다행히도 저는 양식이 있는 인간이라 그런 짓은 안 하지만요.
하지만 그 정도로 화가난 겁니다. 이해하시죠?
제 기분 이해하시죠?


양식있는 인간은 애초에 이딴 일로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아.


그렇지 않습니까?
그는 저를 향해 "보여줄게." 라고만 말했습니다.
"같이 하지 않을래?" 라고 안 했단 말입니다.
그건 저에게 시켜주지는 않고 그냥 보여주기만 하겠단 소립니다.
주인님이 호화로운 저녁식사를 하는 옆에서 남은 음식이나 주워먹으면서 지켜보는
불쌍한 개가 되라는 그런 말입니다.

저는 머리가 좋으니까 그 자리에서 화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이럴 때일 수록 웃음으로 답해주는 게 어른 아니겠습니까.

"미안해 아카가와 군. 월요일에 나는 학원을 3개나 다닌다는 걸 알고있잖아.
미안하지만 게임을 할 시간이 없어."

제가 그렇게 말하자 아카가와는 웃었습니다.
저는 가능한한 제 진심이 밝혀지지 않도록 행동하려고 했지만
그는 이미 모든 걸 간파한 겁니다.



"아쉽다. 그럼 또 언제 시간나면 보러 와."

"....그래. 그럼 나중에."


끝까지 보여주겠다고만 하는 아카가와.


이놈도 참...

그는 처음부터 제가 거절할 걸 알고있던 겁니다.
그리곤 짐을 챙기더니 바람처럼 교실을 나가버렸습니다.
어지간히 스쿨데이즈가 하고 싶었나봅니다.
그날 처음으로 저는 학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불량 학생이 되어버렸습니다.


겨우 그거가지고 무슨 불량학생이야.


그래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저 게임을 사지않은 절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은행에 가서 통장을 전부 깨버렸습니다.
46만엔 입니다. 이 정도라면 그 소프트를 7개는 살 수 있을 겁니다.


뭔 학생이 저렇게 돈이 많아.


뭐하는 놈이야 이거.

한 번에 다 산다면 더 싸게 해줄지도 모르니까 8,9개는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기꾼들이라 깎아줄 것 같지 않다.


저는 은행에서 나와 바로 S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어제 간 그 빌딩으로 서둘렀습니다.
애초에 오늘 즉판회를 한다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솔직히 기대도 안 했습니다.
그런 건 거의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회장을 빌려서 하는 거니까.
그래도 거길 가면 뭔가 단서는 있겠죠.
관리인이 있다면 그 동인 서클의 소재지나 책임자의 연락처 정도는 알 겁니다.
그렇다면 직접 그들과 연락을 해서 소프트를 손에 넣으면 되지 않습니까.


사기꾼이 과연 그런 걸 남길까?


그리고 어제는 출품되지 않은 다른 소프트나 이후의 활동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내일 아카가와 군과 저의 입장은 다시 역전됩니다.
그는 분명 분해할 겁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행복해지는 겁니다.
히히히..... 히히... 히히히....


야!! 누가 이 새끼한테 약좀 먹여!!


애가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진다.



그런데 안 보이는 겁니다.
저는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서 그 근처를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회장은 커녕 그 빌딩 조차 안 보이는 겁니다.


가는 길은 분명히 눈에 익은 길이었습니다.
저는 머리가 좋거든요.
기억력도 좋습니다.


그걸 네 입으로 말하냐.


한 번 가본 곳이라면 잃어버리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없는 겁니다.
저는 제가 미쳤나 싶어서 몇번이고 몇번이고 같은 데를 돌았습니다.
본 적있는 풍경. 그 풍경에 그 빌딩만 있다면 제 기억과 완전히 일치합니다.

하지만 그 빌딩이 있던 장소엔 공터만 있는 겁니다.

아무리 빌딩이 오래됐다곤 해도 설마 하루만에 철거될 리가 있겠습니까.
옆에 있는 작은 과자가게로 들어가 물었습니다.

"저기... 저 공터에 빌딩이 있지 않았던가요..."

대답해준 건 상냥해보이는 아주머니였습니다.
그녀는 목을 끄덕거리더니 웃었습니다.

"저기는 몇 년 전부터 공터인데? 빌딩은 없어."

저는 그래도 계속 물었습니다.
그 낡은 빌딩의 분위기나 외관을 기억하고 있는 만큼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좀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음 그러고보니 공터가 되기 전엔 분명 빌딩이 있었어.
네가 말하는 것 같은 빌딩이. 벌써 5년도 전인데.
문제가 생겨서 철거해버렸어."

"문제라니. 무슨 문제입니까?"

아주머니는 말하기 곤란한 표정을 지었습ㄴ니다.
주변에 사람도 없는데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기척을 확인하더니
저보고 이리 오라고 손짓했습니다.
그리고 작게 말해줬습니다.
사람은 신기하게도 수상한 이야기를 할 때는 왠지 목소리가 작아지는 법이지요.
아주머니의 태도를 보고 저는 이게 보통 일이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그 빌딩 6층에서 좀 문제가 있었어."

저는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심장이 뛰었습니다.
그 즉판회가 있던 게 6층이었거든요.
어쩌면 우리들은 들어가선 안 되는 곳에 가버린 걸지도 모릅니다.

"6층 말입니까?"

"응. 6층. 뭐 난 잘 모른다만 컴퓨터 게임이라고 있지 않니?
애들이 하는 거. 그걸 만드는 회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주 몹쓸 짓을 했다지 뭐냐.

용돈을 준다느니 비싼 컴퓨터를 만지게 해주겠다느니 하면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을 그 빌딩으로 데려갔대.
그리곤 6층에다 가둬놓고 게임을 만들게 했다는 거야.


.....저기 얘야 듣고 있니?"


역시 치바. 게임회사까지 미쳤어.


저는 현기증이 났습니다. 이럴수가.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본 것은 뭐란 말인가.

".......아 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그래서 말이다. 오타쿠라고 하지 않니? 그런 학생들을 모아가지고.
나는 상상도 못하겠는데 재우지도 쉬지도 못하게 하고 게임을 만들게 했다고 해.
나는 잘 모르겠는데 보통 이러면 애들이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하거나
신고하거나 도망치거나 하잖니.
그런데 얘들은 스스로 자처해서 그런 일을 했다고 해.
먹을 것도 안 먹고 게임 만들기에 푹 빠졌다고 하는데
난 요즘 젊은 것들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아 미안. 네 얘기 하는 거 아니다."



이젠 카자마 뿐만 아니라 아주머니한테도 까이는 아라이.


제가 가만히 있으니까 할머니는 제 기분이 상했다고 생각했나봅니다.
할머니는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말이다... 부모는 얼마나 가슴이 무너지겠니.
애들이 행방불명이 됐잖아. 그래서 경찰에 신고를 했어.
아키하바라에서 특히 행방불명이 된 애들이 많아서,
대충 어디인진 경찰도 감을 잡고 있던 모양이야."


이제보니 아키하바라도 지옥이었구나.


어딜가도 지옥인 일본.

"경찰이 그 빌딩을 강제조사해보니 이미 몇 명은 죽어있고
살아있던 애들도 영양실조로 죽기 직전이었대.
너는 모르니? 신문에도 나온 적이 있는데?
5년 전 얘기지만..."


얘들은 이 지경이 되도록 게임 회사에서 안 나오고 뭘 했는가.


그때 저는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런 사건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은 들었지만 기억은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실화였습니다.
아직 게임 업계가 여명기였던 시절.
아무 게임이든 내면 팔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머리가 굳은 샐러리맨보다는
게임을 좋아하는 컴퓨터 소년들이 게임을 훨씬 잘 만들 수 있었지요.
실제로 그런 소년들을 모아서 게임을 만들던 회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자신들은 사지도 못하는 컴퓨터를 맘대로 쓸 수 있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고 돈도 줍니다.
그들에겐 천국과도 같지 않았을까요.


돈은 줬냐.


그런데 왜 굶어죽은 거야.

상식을 모른다는 건 무서운 일이지요.
저라면 계약서를 써서 권리를 주장하고 생활도 보장받았을 테지만 말입니다.
그걸 안하는 부분이 컴퓨터 밖에 모르는 소년들의 어리숙함이겠지요.



"그래서 말이다 그 회사의 사원 중 몇 명은
잡히기 직전에 자결을 했다고 해.
나도 주간지에서 읽었는데 그 회사는 정식 회사도 아니고
악마를 신봉하는 무슨 수상한 조직이었다고 해.
그래서 핵전쟁이나 인체 해부같은 이상한 게임만 만들고 있었다고 해.
애초에 삼류 여성주간지 기사니까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몇 명이 자살한 건 진짜같아. 무서운 일이야.


그 회사 혹시 아틀라스 아냐?


만드는 게임 내용이 아틀라스 게임 같은데.

아주머니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었습니다.
저는 아주머니에게 감사하다고 하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봤습니다.

어쩌면 그곳에 있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소년들을 관리하던 회사의 사원의 유령은 아닐까?
그리고 거기서 팔던 소프트는 죽은 소년들이 만든 최후의 게임들인 겁니다.



그런데 유령들이 6만엔은 왜 받아처먹는 거야.


죽어서도 돈에 환장한 미친 사기꾼 유령들.



어떻습니까. 제 생각이 틀렸습니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죠?
제가 본 건 꿈이었을까요?

......무섭지 않습니까?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승에서나 열려야 할 즉판회가 우리들의 세계에 나타나
그리고 그 흔적을 남기고 간 것입니다.
떨리지 않습니까?
저 세상의 신비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아니면 당신은 그런 세계가 존재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는 겁니까?

....저는 돌아오는 전차 속에서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 즉판회에 다시 한 번 갈 수는 없을까.
그리고 가게된다면 이번엔 100만엔을 달라고 해도 그 소프트를 사고 싶다고.
응. 할 수 있다면 전부 사재기하고 싶을 정도로.
제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지 않습니까 솔직히.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게임이라구요?
거기다 보통 게임이 아닙니다.
이 세상의 게임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지 않습니까?

....게임을 안 하는 사람들이라서 이 기분이 이해가 안 됩니까?
그렇지만 당신도 취미는 있을 거 아닙니까.
그 취미로 이런 고민 해본 적 없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졌습니다.
그 게임 중 하나를 아카가와가 가지고 있습니다.

겨우 6만엔입니다.
그는 겨우 6만엔으로 일반인이 맛볼 수 없는 기쁨을 손에 넣은 겁니다.
저의 열등감은 점점 분노로 변화해갔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저 게임은 제가 하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먼저 안 사겠다고 한 건 너잖아!!




그런데 뭔가가 잘못되어서 아카가와의 손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이건 신이 실수한 겁니다. 신의 장난인 겁니다.
그러니까 저 게임은 제 손에 있어야 당연한 것입니다.
누구한테 물어봐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만약 그때 제가 6만엔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 게임은 틀림없이 제것이었을 겁니다.



누구한테 물어봐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아니. 아닙니다. 사실 저는 그때 6만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카가와 군이 슬쩍 제 주머니에서 3만엔을 훔친 겁니다.
그는 저의 돈을 멋대로 가져가서는 저에겐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제 멋대로 게임을 사버린 겁니다!

....용서할 수 있습니까?
당신 그런 놈을 용서할 수 있습니까?





틀렸어!! 이 자식 완전히 맛이 갔어!!


정신병원 앰불런스 불러!! 중환자다!!



이런 놈에겐 벌을 줘야 합니다.
이런 몹쓸 놈들한테는 현실의 쓴맛이란 걸 보여줘야 합니다.

히히...히히히.... 이히히히히히....

저의 발은 자연스럽게 아카가와 군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저 게임을 되돌려 받고, 멋대로 제 걸 빼앗은 그런 놈을 이 이상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까요.



....그는 집에 있었습니다.
집에서 제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소중하고 소중한 스쿨 데이즈를.


아카가와의 집으로 간 아라이. 과연 그곳에선 무슨 일이...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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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BOLT 2014/01/12 22:15 # 답글

    선리플 후감상
  • BOLT 2014/01/12 23:04 #

    답이 없는 겜더쿠..
  • Principle 2014/01/12 22:16 # 삭제 답글

    애퍼시 아라이는 뭐 이렇게 미쳤답니까.(..)
  • Ladcin 2014/01/12 22:20 # 답글

    저번에는 우정에 감동하는 귀신, 이제는 돈 뜯어내는 귀신? 일본은 미쳤어!
  • 선풍기 2014/01/12 22:26 # 삭제 답글

    ??? : 어머나 게임에 미쳐서 맛이 간 좋은 사례가 있네?
  • 대공 2014/01/12 22:36 # 답글

    이름 넣은게 복선 같은데...
  • LONG10 2014/01/12 22:54 # 답글

    친구가 불행할 때 일단 웃는게 진짜 친구의 조건이라지만 (SFC판과 동일인이라고 믿을 수 없는) 이 아라이는 도가 지나치다못해 정신에 문제가 있군요.
    라고 하지만 이 게임에 멀쩡한 사람이 없었지...
    보면 볼수록 SFC판 인물들은 그래도 좀 봐줄만 했는데 뜯으면 뜯을 수록 이것들은 밑에 또 밑이 있네요.

    그럼 이만......
  • 신선꽃 2014/01/12 22:56 # 삭제 답글

    아라이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 하암 2014/01/12 23:06 # 삭제 답글

    에퍼시는 애들 성격 죄다 바꿔진거 같네요;; 카자마는 개x키가 되고 후쿠자와는 광년이아 되었고 아라이는 똘끼가 중폭되고 신도는 머랄까... 음... 후쿠다 이와모토 제외하고는...
  • ㅇㅇ 2014/01/12 23:25 # 삭제 답글

    게임제작진의 셀프디스 아닌가요 이거;
  • giantroot 2014/01/12 23:26 # 삭제 답글

    후쿠자와: 샴푸를 먹어봐 아라이 너는 행복해지고
  • oooo 2014/01/12 23:45 # 삭제 답글

    이렇게 답없는 딥다크x덕후가 되었는데도 친구가 있다니 아라이야말로 오스카상 감인듯..
  • 스쿨데이즈 2014/01/12 23:47 # 삭제 답글

    뭐, 장미빛은 핏빛이랑 좀 비슷하긴 하니까요(...)
  • 2014/01/13 00:0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ㅇㅇ 2014/01/13 00:29 # 삭제 답글

    SFC판과 애퍼시판의 아라이의 낙차가 너무 커서 자꾸 제 방망이가 헛스윙을 하고 있습니다(...)
  • 소시민A군 2014/01/13 00:39 # 답글

    머리속에서 원인을 만들어내서 결과로 실행. 넵또라이.
  • 내용보다 2014/01/13 00:58 # 삭제 답글

    주 : 플로피 디스크


    이게 더 무섭네요. 이제 플로피 디스크가 뭔지 모르는 세대와 같은 게시물을 읽는 날이 왔구나ㅠㅠ 늙기 싫어요ㅠㅠ
  • 전뇌조 2014/01/13 08:27 #

    그나마 3.5인치는 아는 애들도 있는데 5.25인치는....아....
  • jegal 2014/01/13 01:32 # 삭제 답글

    sfc판에선 이렇게 미친놈이 아니였던것같은데...
  • ㅇㅇ 2014/01/13 01:54 # 삭제 답글

    1995년부터 아야노코지의 비참한 삶은 예견되었던거군요ㅠㅠ 악마신봉과 게임 제작은 무슨 연관이;;
  • 전뇌조 2014/01/13 08:28 # 답글

    학교 구성원 전원의 이름 입력가능에서 게임 내용대로 현실이 흘러가는 전개를 예상했는데....
    아라이의 똘끼에 초첨이 맞춰진 전개네요.

    ....이거 자백 아냐....? 무슨 사건이건 저지를 전개인데?
  • ㅌㅌ지마 2014/01/13 08:30 # 삭제 답글

    이건 뭐 일본 전체가 지옥이네

    도쿄 도까지 영향을 줄 정도면은...
  • 160 2014/01/13 08:31 # 삭제 답글

    아라이... sfc판에서는 영화덕이었는데... 이런 서브컬쳐 오타쿠가 아니었는데... 이건 그냥 딴사람인데...
    성격은 좋았는데 그 성격이 쓰레기가 돼다니 그것도 핵폐기물로 이이지마 대체 왜
  • 왜냐 2014/01/13 08:33 # 삭제 답글

    애퍼시 판 학무는 답이 없네요 보고있음 슬슬 화나기시작합니다
  • 배길수 2014/01/13 08:54 # 답글

    SFC판에선 호무호무한 소리도 간간히 하는 호무호무한 호무호무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열폭형 오덕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ㅅ;
  • 검은장식총 2014/01/13 21:05 # 답글

    미친거같아 그런데 아틀라스라니...아틀라스 까지마요 엉엉 ㅠㅠ
  • Althea 2014/01/13 21:49 # 답글

    플로피를 모르는 세대라니...하기야 저도 군대에서 CD롬 안 나올때 본체 숙여서 버튼 누르니까 후임이 놀라더군요.
  • ㅋㅋㅋ 2014/01/14 22:46 # 삭제 답글

    아라이가 미친 이유를 알았다...부모의 과도한 교육열과 사교육이 아라이를 미치게했구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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