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퍼시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리뷰 40편- 카자마 [피를 빨아먹는 전학생] 애퍼시 학무



카자마 [피를 빨아먹는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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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C 시절 카자마 전용 브금은 매우 경쾌하고 아 이 새끼는 사기꾼이구나
하는 게 바로 느껴지는 그런 곡이었는데
애퍼시의 카자마 곡은 쓸데없이 무섭습니다.
뭐 그래. 사기꾼은 무서운 거니까 이미지랑은 맞을지도 모르겠다.



주의:
1. 이 게임은 다른 캐릭터가 말하는 걸 주인공이 듣는 형식이므로, 그 다른 캐릭터의 말은 회색칸에 적겠습니다.
내용은 전부 번역하면 양이 너무 많아지므로 이야기의 이해를 방해하지 않는 방향에서 편집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2. 이 글은 웃자고 쓴 의도가 강하므로, 무서운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희화화 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다만 내용을 크게 왜곡하지는 않았습니다.

3. 리뷰를 즐기는 다른 분들을 위해 댓글로 스포일러는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전략)

이런 모임 빨리 끝내버리자.

그럼 500엔!!

............

뭐냐?
뭐야 이 정적은?
너 내 말이 이해가 안 되냐?
이런 이런. 한 번 더 말하지.
자 500엔. 500엔이라고.
빨리 500엔 내.

1. 뭐?
2. 할부로 내겠습니다.
3. 히노 선배한테 받으세요.
4. 있어도 안 줄 겁니다.


여기서 2번을 선택하면 이번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이건 카자마를 4번째로 고를 때만 나옵니다.



할부? 할부라도 상관없어.
500엔은 500엔이니까.
500엔이란 사실에 변함은 없어.

너 사카가미 군이라고 했지?
사람이 됐어.
너랑 친해지고 싶다.


꺼져


이야아. 신문부도 굉장한 인재를 갖고 있구나.
히노가 부럽다.
자 그럼 얘기는 이쯤하고 바로 들어갈까.



지금부터 내가 얘기할 건 어느 기괴사건의 이야기다.
이 학교에서 1개월 정도 전에 일어난
다름아닌 나 자신이 직접 체험한 막 나온 따끈따끈
불순물 제로의 진짜배기다.

각오는 됐냐?
바로 간다.

우리 반엔 불량 학생이 많다.
불량 학생이랑 바퀴벌레는 한 마리만 봐도 30마리는 더 볼 각오를 하라는 말이 있는데
역시 그런 놈들은 뭉치고 싶어하는 법인가 봐.
아니면 썩은 귤은 같은 박스의귤도 썩게한다는 말대로 다들 물든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 이 학교엔 또라이들이 뭉쳐서 썩어가고 있지.


뭐 안심해라.

이미 그들은 불량학생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얌전해졌으니까.

그래 그런 사회의 쓰레기 예비군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다.
어느 날 일진 한 명이 갑자기 뭄이 안 좋다며 학교를 장기결석했다.
대략 2주 정도였을가.

일진답게 원래 땡땡이는 자주쳤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의자를 걷어차면서
교실로 왔었거든.


원래 학교 안 오는 놈이네


2주 동안 얼굴도 안 보이고 매일 부모님이 애가 아프다면서 학교에 얘기하는
그런 상황은 처음이었어.

거기다 복귀한 그 자식은 얌전해져 있었다.
얌전.... 이라기 보다는 얼이 빠졌지.
멍하니 적의나 살의를 잃어버린.
아니 그것보단 그런 일에 체력을 쓰는 게 귀찮다라는 느낌
넘쳐나는 핏기를 어딘가에 빼놓고 온 것 같았어.

그런 놈들이 한 명도 아니고 둘, 셋, 넷, 다섯 사람으로 늘어났다.
우리 반 놈들은 수상하게 여기기보다는 짜증나는 놈들이
얌전해지니까 신나가지곤, '일진 독감' 이라고 병명을 붙이고는
재밌어했어. 일진한테만 유행하는 갱생의 독감이라니.
좋지 아니한가.


세상에 이 미친 학교에 저런 좋은 병이 돌다니.


어서 저 병이 전교생에게 퍼져야 할 텐데

병이 아니라 정의의 히어로한테 당한 거 아니냐는 의견도 꽤 설득력있게 들려왔어.
품행방정한 나로서는 남 일이었고 너무 깊이 파고들고 싶지 않았지만
어느 날 문득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이 가기 시작한 게 문제의 시작이었지.
그냥은 있을 수 없게 되어버린 거야.

범인.... 아니 이 시점에선 아직 용의자였다.
연속 일진 결석사건이 일어나기 조금 전에 전학온 전교생이다.

내가 그놈이 범인이란 걸 간파한 이유보다 먼저
그놈이 얼마나 특이한 놈인지 말해주겠어.



그 전학생의 이름은 무카이 야스시라고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음침하고 기분나쁜 오타쿠 찐따 새끼지.
딱 보기만 해도 지저분한 비만 초기야.


손가락은 왜 저래.


전학 첫날 그놈이 교실에 들어왔을 때 여학생들은 노골적으로 실망을 표했다.
거기다 자기소개 때도 머리를 숙이고 입에 담은 인사가 또 처참했다.



"무카이 야스시입니다. 이상형은 캔디 걸의 나카모토 유미짱입니다.
최근엔 하마다 이즈미짱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 기획사의 방침 때문에
그라비아의 노출도가 적어서...."


[그라비아: 수영복 등 노출도가 높은 옷을 찍고 촬영하는 화보집.]

그쯤 얘기했을 때 선생이 입을 틀어막고 그냥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


왜 카자마 이 새끼 반엔 이딴 새끼들만 전학오는 거냐.


오오카와도 상태가 안 좋더니.
이 학교의 온갖 병신들을 다 갖다 처넣는 격리수용 반인가.

옆 자리에 앉게 된 학생은 질색을 했지만
그놈은 아이돌 이야기를 방해당한게 분했는지
원한을 담아 선생을 째려보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화나는 일이냐?!




외모와 첫인상을 배신하지 않는 내면 세계를 가진 무카이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우리 반에 적응하질 못했다.
말을 걸면 초연한 척 기본적인 대답만 하면서
남들 이야기할 땐 목을 들이밀고 끼어들려고 했다.



잡지의 그라비아 사진을 보면서
다른 애들 얘기를 듣고 있다가 갑자기 자기 잡지식을 자랑하거나
지 자랑을 막 하는 거야.
그러면 이야기의 흐름이 뚝 끊어져서 다들 침묵에 빠지게 되는데
그러면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라비아 감상에 돌아가 있지.
그런 식으로 밖에 사람을 상대할 수 없는 놈이야.


학교에서 대놓고 저렇게 계속 그라비아를 보다니 비범한 새끼다.


이래서 돼지 새끼들은....

아 미안. 네 말하는 거 아니다 돼지 군.




또 새우등 터지는 호소다.


그런데 무카이는 그래픽 상으로는 오히려 마른 것 같은데.

이래서 음침한 오덕 새끼들은....

....아 미안 이 방에는 대놓고 음침한 오덕도 있군.
아 귀찮아.





아라이에게 퍼져가는 스플래시 데미지.


에에이... 이래서 지방 덩어리에 틀어박히길 좋아하고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진 급우는 짜증나.
어쨌든 학교를 장기 결석한 놈들은 모두 무카이를 건드리거나 괴롭히거나 원한을 산 놈들 뿐이었어.
거기에 돌아온 일진들은 묘하게 무카이에게 저자세로 나갔지.

아까 피해자는 얌전해졌다기 보다는
무기력해진다고 했는데
무카이에 대한 태도만은 그거하곤 완전히 달랐어.
무카이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피해다닐 뿐만 아니라
부탁하면 빵도 사오고 흥미도 없으면서 무카이의 아이돌 얘기를 말 없이 듣거나,
솔직히 말하자면 아첨하고 있다는 표현이 딱 맞아.




그건 좀 이상하네.



어떠냐 전학 온 시기와 사건 발생 타이밍의 일치.
희생자의 공통점. 무카이가 원인이라고 밖엔 설명이 안 되지?
그걸 눈치챈 나는 이 사건이 남일같지 않아졌다.

이 미모와 지성과 성품으로 우리 반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나는
언제 무카이의 원한을 사게될지 모른단 말이다.
일진들을 연이어 병원으로 보내보버리는 일처리의 신속함. 확실함.
거기에 아무에게도 발각되지 않으니 정말 대단한 놈이야.
수단이 뭔지 짐작이 안 된다는 것도 더욱 기분나빠.
이런 무서운 놈인데 경계해서 손해볼 거 없잖아.

거기다 내 가슴 속에는 항상 고결한 정의의 혼이 깃들어 있거든




추악한 사기꾼의 혼이 깃들어 있겠지.



무카이가 수상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무래도 총명한 나 밖에 없는 것 같고.
여기선 일단 우둔하고 무력한 급우들을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혀보려고 했던 거지.

어라? 사카가미.
뭐야 그 수상하단 표정은?
뭐 일그러진 마음을 가진 놈은 세상이 일그러져 보이는 법.
내 정의를 의심하겠다면 의심해도 상관은 없다.

자 그래서 나는 바로 조사를 시작했다.
일단 학교에 돌아온 피해자들을 탐문했다.
단도직입으로

"좀 쉬다 왔는데 몸은 어떠냐?"

라고 물어봤다.
열에 열이 성의 없이

"아 응."

"뭐 괜찮아."

"그게 뭐."

라고 대답했다.
물어본 순간 초점이 흐려지더니 유령같은 완만함으로 스윽 피해가는게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나빴다.
이전까진 무의미하게 살기를 뿜어대며
나루카미의 면도칼이네 미친개네 금붕어네 하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있던 놈들이
패기 없이 나를 대하는 걸 보고 난 놀랐다.
옛날 같았으면 멱살을 잡고는 화를 냈을 텐데.


별명이 왜 하필 금붕어야


어쨌든 스마트함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쓰레기 예비군이었던 그들이...

아니아니 널 말하는 건 아니다 거기 있는 깍두기 형씨.
진정해 진정해.





신도도 피격.


카자마가 광역 어그로를 시전 중입니다.

에.... 도베르만에게서 지성과 품성을 빼놓은 것 같은 일진 놈들이
순종적인 치와와가 되어 얌전히 있을 뿐이었다.
단서는 잡지 못했지만
피해자들의 변화가 이상할 정도로 명백하다는 걸 안 것 만으로도 수확이었다.
이거 어떻게 해서든 진실을 밝혀야 하는 사건같았다.

...하지만 앞으로 뭐부터 조사해야 하는가...

방황하는 명탐정에게는 절묘한 타이밍에 신전개가 찾아오는 법이지.
이때도 클리세대로 방과후 따분한 태양빛을 45도 각도로 받으며
고민으로 가득찬 표정으로 한폭의 그림으로 변해있던 나에게
말을 걸어온 놈이 있었다.


이젠 이 새끼가 지랄하는 거에 태클 걸기도 귀찮다.




미즈시나라는 반 친구다.
일진 중 한 명인 카도타의 친구로, 오래 사귄 것 치고는
미즈시나 본인의 품행은 나쁘지 않았어

"역시 너도 신경이 쓰이나보군 카자마..."

그게 그의 첫마디였다.
고등학교 입학 이후 불량의 길을 걸어오고 있던 카도타하고는
전처럼 친밀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진 않았지만
역시 그 부자연스런 변화 때문에 궁금해 못견디겠다고 미스시나는 말했다.

듣자하니 불알친구인 카도타의 어머니가

"한심한 아들입니다만 제발 잘 돌봐주세요." 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직접 뛰어드는 미즈시나도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은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협력자가 늘어나는 건 나로서도 환영이었다.

미즈시나는 카도타가 쓰러진 걸 알고 병문안에 갔었다고 한다.
이럴 수가....그 철근도 씹어먹을 것 같은 카도타를 아는 나는 정말로 놀랐다.
그놈은 입원을 했다고 한다. 병명은 급성빈혈.

....너 빈혈 있는 일진이 나루카미의 승천하는 용, 사자탈, 나마하게 같은 별명으로 불릴 것 같냐?

(주: 나마하게 = 일본 귀신)


이 새끼들 별명이 하나같이 왜 이래.


카도타의 어머니에게 물어봐도 간호사에게 물어봐도 다 빈혈이라고 한다.
카도타에게 병문안을 거니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창백한 얼굴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날씨 좋은 날인데 커텐은 닫힌 상태로
미즈시나가 환기하려고 열려고 하자 눈부시니까 그만두라고 했다는 거야.
미즈시나는 그런 부자연스러운 행동보다는 오히려 카도타의 패기없음이 걸렸다.

"대체 무슨 일이야."

"너하곤 관계 없잖아. 어서 돌아가."

....라고 말만 들으면 아직 패기가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입가로 삐죽거리면서 말했을 뿐이 박력이라곤 털끝만큼도 없었다고 한다.
미즈시나도 그 무기력함을 보고는 기분이 나빠져서
누구한테 맞은 적 있냐고 물어봤다.

미즈시나는 싸움만 하는 카도타니까, 싸움에 졌던가 밤길에 봉변을 당한 건 아닐까.
본인은 쪽팔리니까 진실을 숨기고 부모님은 학교에 알려지면 안 될 것 같아서
병원에 보낸 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카도카는 미즈시나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누구한테 당한 건 아니라는 건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미즈시나는 결국 두손들고 한 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이제 쓸데없는 이유로 싸움 좀 그만해라."

라고 말했다. 카도타는 의외로 "응." 하고 말했다.
미즈시나가 병실을 나갈 때 카도타는 갑자기 이런 부탁을 했다고 한다.

"내 방에 검은 비닐 봉투가 있어. 그것 좀 버려줘..
태워도 되고 쓰레기장에 버려도 되지만 절대 내용물은 보지 마라."


묘한 부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동안은 힘없이 누워있던 카도타가 일어서더니

"내용물 절대 보지마!! 이렇게 되고 싶지 않으면."



이쯤 읽고 나는 이 사건의 진상이 대충 감이 오기 시작했다만...




에이 설마 그건 아니겠지...




설마 그건 아닐 거야...
그건 너무 병신같아...



창백하고 마른 볼을 일그러뜨렸다고 한다.
그 눈은 건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미즈시마는 처음으로 기백같은 걸 느끼고 두려워했다.
카도타 집으로 향하는 도중 위화감과 불안은 점점 커져갔다.

햇빛을 싫어하는 카도타.
죽은 사람처럼 된 안색.
미즈시나의 충고에 바로 수긍하는 솔직함....
무기력함. 무관심. 저 카도타는 과연 정말로 카도타인가?
카도타의 껍질만 살짝 뒤집어 쓴 카도타가 아닌 누군가는 아닐까....
그런 걸 상상하면서 떨면서 걸었다고 한다.



카도타의 집에 도착한 미즈시나는 어머니의 허가를 받고
방에 들어갔지만 검은 비닐 봉투는 어디에도 없었다.


저기 왠지 라이트노벨 같은 게 보인다.

머뭇거리면서 가방도 뒤져보고 서랍이랑 장롱도 열어봤지만
전혀 없었다고 한다.
대신에 묘한 걸 찾았어.
찾았다기 보단 찾기 싫어도 눈에 들어오는 거였지만...

그 방의 카페트에는 큰 얼룩이 퍼져 있었어.
청소는 해서 색은 흐릿해져 있었지만 얼룩지지 않은 카페트 색하고는 위화감이 느껴졌어.
좀 어두운 느낌이 드는 털을 보며 미즈시나는 직감적으로 그게 피라는 걸 알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장난이 아닌 양이다....

이 정도의 피를 한 번에 흘린다면
죽지는 않겠지만 빈혈이 일어나는 건 당연...
어쨌든 카도타가 부탁한 건 포기하고 돌아가기로 했어
카도타의 어머니는 그런 미즈시나를 멈춰 세우고 아들의 이야기를 했다고 해.

뭐 자주 있던 일이고 사람이 좋은 미즈시나는 그때도 어머니의 푸념을 들어줬다고 해.
그러는 김에 카도타가 어쩌다 쓰러졌는지도 물어봤다고 해.

그날 밤 취침중 수상한 소리를 들은 어머니는 카도타의 방 문을 노크했어.
수상한 소리라는 건 뭔가가 날뛰는 소리, 쓰러지는 소리, 그리고 신음 소리였다.
카도타의 반응도 왠지 괴로워보여서 어머니는 뜻을 굳히고
아들이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하던 방으로 들어갔어.

눈에 들어온 것은 일단 카페트에 퍼져있는 대량의 피.
그리고 그 중앙에 쓰러져있는 아들.
옷도 손발도 안면도 피투성이였다.
당황한 어머니는 구급차를 불렀지만 신기하게도 구급대원이 만져봐도
출혈 지점을 발견할 수 없었어.
카도타의 전신엔 싸움으로 인한 상처가 뭐 몇개 있었지만
혈액이 뿜어져 나올 정도로 심한 상처는 없었다...
병원이 내놓은 결론은 급성빈혈.
불량 아들도 이 불명예스런 병명을 달리 부정하진 않았다고...

정말 이상한 얘기지?

거기에 미즈시나는

"카도타를 발견했을 때 뭔가 수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라고 물었어.
그 검은 비닐 봉투가 사건과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하고 기대한 질문이었어.
하지만 어머니의 답은 이랬다.
창문이 열려있고 커텐이 열려있었던 게 인상에 남는다고.

물론 본인이 환기를 위해 열어놨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머니의 감인지, 카도타를 습격한 범인이 도망가기 위해 열어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미즈시나는 미즈시나 나름대로 그 비닐 봉투가 없는 건
그때 범인이 들고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이제 뭐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혼란과 의문을 품은 채 미즈시나는 다시 카도타를 찾아가 비닐 봉투가 없다고 말했다.

카도타는 실로 온화하게, 그리고 대충 "그러냐" 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미즈시나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얼이 빠진 듯한 반응은 여전했다.
유일하게 감정다운 것이 느껴진 건 미즈시나가 끈질기게 진상에 대해 물어봤을 때 뿐이었어.

"신경쓰지 마 임마!"

라고 혼났지만 오랜만에 듣는 그 목소리에 미즈시나는 오히려 안심이 됐다고 한다.



이상이 미즈시나의 보고다.
조사개시 이후 거의 한 것도 없는데 이 정도의 정보를 입수하다니...
행운의 여신의 애정이 부담스러울 정도다.
나는 미즈시나에게 카도타 뿐만 아니라 다른 놈들을 포함해서
눈치챈 건 없냐고 물었다.

미즈시나는 모두 안색이 안 좋은 상태로 패기 없이 왠지 따분한 것 같은 상태로
계속 있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 이후로... 묘하게 상냥해졌다고 한다.
그 무기력한 상태의 연장선으로 폭력을 휘두르지 않게 된 것 뿐만이 아니었어.

구체적으로는 여자애들하게 상냥해졌다고 한다...
남녀 구별 없이 위협해대던 경파한 양아치 놈들이 여자애들을 상냥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더니,
힘써야 되는 일은 도와주기도 하고 거기에 다른 불량학생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여자애를 도와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 힘없어 보이는 카도타와 친구들이 일부러 자신의 체력을 써서 누군가를 도와주다니...
나의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어쨌든 이야기를 다 들은 나는 답례 대신 무카이 야스시가 수상하다는 추리를 말해주었지.



미즈시나는 그 아이돌 오타쿠와 피비린내 나는 이 사건을 서로 대조해보더니
"설마?" 라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그놈 안색이 카도타와 비슷할 정도로 새하얗잖아.
거기에 체육시간... 피부가 약해서 태양빛을 못 쐰다면서 항상 견학만 하고있지.
참가하는 건 체육관에서 하는 체육 수업뿐이고..."


자신의 안의 정보를 하나하나 검토하는 것처럼
중얼중얼거리면서 나를 봤어.

나는 "이제 그놈한테는 다가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라고 충고했어.

자. 대부분의 의문은 풀렸다.
이제는 증거만 남았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나 자신을 미끼로 무카이에게서 결정적인 발언을 끌어내기로 결심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는 거지.



그 날 방과후 나는 무카이에게 다가가
아이돌에게 흥미가 있는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그놈 뇌 속에서 언젠가 나올 날을 기다리며 썩어가던
잡지식, 토막상식,통계,분석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한 시간 참고 들어줬다.
주변에 사람이 없었던 게 다행이었다.

나까지 이놈이랑 같은 부류의 인간으로 오해받으면...

나를 별사탕과 마쉬멜로만 먹고 사는 꿈속 나라의 왕자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여학생들 여러분이 얼마나 비통함에 빠질 것인가...






이 짤방 정말 잘 구한 것 같아.


무카이는 한 시간을 얘기해도 부족하다는 기색이었지만
내가 이야기를 끊으려고 하자 불러세워서는 한 권의 잡지를 빌려줬어.
듣자하니 출판사가 발매후 바로 회수한 레어책이라고 한다.

나한테 그런 보물을 빌려준 것은 동지를 위한 우정의 증표라기보다는
뭐 그냥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이제부터 어떻게 무카이의 원한을 살 것인가 고민하던
나에게 있었선 상상도 못했던 무기였다.
다음 날 나는 무카이에게 말했다.

"야 그 책말인데 우리 집 세인트버나드가 물어뜯어서 갈기갈기 찢어졌다. 미안."



무카이는 입을 떡 벌리고는 나를 봤다.
그 지방으로 가득찬 새하얀 볼이 안 그래도 없는 핏기를 더 잃고 생선 배처럼 되었다.

"거짓말이지?"

"농담이지?"

"말했잖아! 그건 레어라니까!"

"내...내 보물이라고!"

무카이는 내 멱살을 잡고는 꺼렁꺼렁한 소리로 울부짖었지만
나는 미안하다고 성의없이 대답하고 일부러 신경을 긁어댔다.
무카이는 그런 나를 째려봤지만, 이윽고 그 얼굴에선 표정이 사라졌다.
털썩하고 자리에 앉아서는 얼빠진 눈으로 나를 바라봤어.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났다.
그놈 안에서 나에 대한 증오가 부풀어 올라
복수라고 하는 발상으로 바뀌기엔 충분한 떡밥이었겠지.

그리고 무카이는 히히히 웃었다.
변함없이 죽은 사람같이 창백한 볼을 떨면서 겨우겨우 나에게 다가왔다.



"너무하다 카자마 군.....
그렇게 소중히 다루라고 말했는데.
뭐 됐어. 에.... 그러니까... 아 그래. 그거다.
나.... 그래도 너에게 또 책을 빌려주겠어.
오늘 밤 12시. 구교 건물로 와줘....
응.... 진짜 비장의 책을 빌려줄 테니까.."


정말 어설픈 덫깔기였다.

나는

"왜 내가 그런 시간에 학교로 와서 책을 빌려야 되는 거냐? 됐어."

하고 웃어넘겼다.
무카이는 참을 수 없는 증오를 눈동자에 불태우며 있는 힘껏 참았다.



"아니... 그... 빌려준 그 책은 이제 됐으니까
네가 꼭 이 책을 봐줬으면 좋겠어. 안 보면 후회할 거야!
왜 밤에 받으러 와야하는가 하면... 이 책을 보면 알아."

그러더니 왠지 요기서린 웃음을 짓더니 놈은 이렇게 말했다..




"이건 말이야... 내 비장의... 굉장한... 세계에서 단 하나 뿐인...















엄청난 에로 책이거든




이걸로 내 얘기는 끝이다.
다음은 누구야?



뭐야 임마? 여기서 끝이냐고?
끝이고 뭐고 제대로 결말이 났잖아.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끝났잖아.
단 한 마디로 이 복잡한 사건의 진상을 전한 내 화술에 불만 있냐?



....흠. 뭔 소린지 모르겠다...
세상엔 이해력이 떨어지는 놈들이 많지.
잘 들어. 똑똑히 설명해주마.
뭐 됐어. 네가 머리가 나쁜 건 네 탓이 아냐.

넌 내 마지막 말 들었냐.
그래. 씨익 웃으며 무카이게 나에게 에로책을 빌려주겠다고 한 거.

그건 말이다... 즉....
....아직 모르겠냐.
이 연속일진빈혈사건의 흉기는


.....에로책이었던 것이다.




대체 무카이는 어떻게 에로책을 써서 불량학생들을 제압했는가....
다음 회에 계속



핑백

덧글

  • Sakiel 2014/01/10 19:38 # 답글

    그렇군, 저번엔 악마였으니까 이번엔 흡혈귀인가....라고 자연스럽게 납득하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 이전에 뱀파이어가 중증 오타쿠라니, 이거 개그만화 일화..?
  • Sakiel 2014/01/10 20:21 #

    근데 다시보니 설마...에이 설마..
  • ㅇㅇ 2014/01/10 19:55 # 삭제 답글

    와 광속연재;;진짜 대단하세요 근성가이!
  • LONG10 2014/01/10 20:07 # 답글

    저 학교는 진학교라는데 크로마티 고교 학생들에게나 붙을법한 별명이 붙은 일진들이 반에 대여섯명씩 있다니 정말 모를 학교네요.
    진학교라면서 커트라인이 낮은가?

    그럼 이만......
  • ㅇㅇ 2014/01/10 20:13 # 삭제 답글

    마지막 문장 보고 순간적으로 내가 중간에 뭐 빠트리고 봤나 하고 두세번 올려봤습니다.
  • dddd 2014/01/10 20:25 # 삭제 답글

    에로책이었다고요? 뱀파이어가 아니라? 이거도 의외의 전개네요 ㄷㄷ
  • ㅂㅈㄷㄱ 2014/01/10 20:42 # 삭제 답글

    테크노 브레이크 였다면 진짜 괴담이 되었을 텐데
  • 호비트 2014/01/10 20:43 # 삭제 답글

    카자마 답네..-_- 괴담 좀 하나 싶었더니.
  • 페들 2014/01/10 21:20 # 삭제 답글

    악 젠장 뿜었다
  • 지나가다 2014/01/10 21:28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 아파시는 신도랑 카자마 BGM이 서로 바꼈다는 느낌이 듭니다.
  • coffeebomb 2014/01/10 22:05 # 삭제 답글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죠? 뱀파이어인 줄 알았는데? 으음... 피를 인공호흡하듯이 빨아먹나... 암튼 역시 카자마 괴담이 어디 안 가네요. 것보다 SFC에서는 저렇게까지 자뻑이 심한 인간이 아니었던 듯한...
  • giantroot 2014/01/10 22:06 # 삭제 답글

    에로책의 용도가 참 다양하네요.... 피도 빼주고.
  • Ladcin 2014/01/10 22:09 # 답글

    어떻게...!?!?!?
  • G-32호 2014/01/10 22:52 # 답글

    그래서 피빨기는?
  • 선풍기 2014/01/10 23:58 # 삭제 답글

    설마... 에이 설마...
  • 검은장식총 2014/01/11 00:18 # 답글

    뭐? 정말로 빨간책?...아니겠지 말도안되
  • 배길수 2014/01/11 00:55 # 답글

    코피를 대량으로 뿜게 만드는 책인가...
  • 창검의 빛 2014/01/11 04:42 # 답글

    에이 설마. 코피분출은 아니겠지.
  • oooo 2014/01/11 08:23 # 삭제 답글

    책이라니까 흡혈귀가 나와서 피빨고 들어가는 건 줄 알았는데 에로책이라니...???
  • 160 2014/01/11 08:32 # 삭제 답글

    ?내 눈이 잘못된것 같은데 에로? 에로? 에로라고?
    일진 독감의 원인이 고작 그거?
  • 에우리드改 2014/01/11 11:24 # 답글

    튀어나오는 에로책이라는 기획물이 있지요
  • ad 2014/01/11 12:34 # 삭제 답글

    역시 가자미

    생선 대가리 같은 짓만 골라서 하는군요
  • 전뇌조 2014/01/11 13:16 # 답글

    ......아닐거야. 아닐거야.... 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자마 퀄리티 쩔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내용이 기다려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 슈에이 2014/01/29 16:26 # 삭제 답글

    코..코피..코피란 말인가.....
    카자마..
    애퍼시에서 외형은 꽃미남이 되었지만 여전하군요... 아아...--;;
    카자마 넌 오리지날 비쥬얼이 어울리는 녀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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