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퍼시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리뷰 18편- 카자마 [향긋한 냄새5] 애퍼시 학무



18편- 카자마 [향긋한 냄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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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느라 지긋지긋했던 향긋한 냄새 에피소드도 끝.
카자마 이야기가 이렇게 길 줄이야.



주의:
1. 이 게임은 다른 캐릭터가 말하는 걸 주인공이 듣는 형식이므로, 그 다른 캐릭터의 말은 회색칸에 적겠습니다.
내용은 죄다 번역하면 양이 너무 많아지므로 이야기의 이해를 방해하지 않는 방향에서 편집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2. 이 글은 웃자고 쓴 의도가 강하므로, 무서운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희화화 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다만 내용을 크게 왜곡하지는 않았습니다.

3. 리뷰를 즐기는 다른 분들을 위해 댓글로 스포일러는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실은 우리 대디가 해외에 나갔을 때 흑마술 굿즈를 선물로 사다줬거든
상당히 본격적인 물건 같아.
위몬스 W 파레우스
라는 18세기에 실존했던 고명한 마녀가 사용하던 도구와
그녀가 스스로 조합한 약 세트야.
일반적으론 손에 넣을 수 없는 물건이야.
어둠에서 어둠으로 전해지는 저주의 아이템인데
대디가 재미로 사버렸어.


네 아버지는 뭐하는 사람인데 선물로 그딴 걸 사와


물론 나는 행운의 여신이 함께주니까
남을 저주할 일이 없지.
쓸 일이 없으니까 창고에 던져놓긴 했는데 대디 선물이라 버리기도 뭐해서 말이다.
사용법을 모르는 게 아니다.
일본어 설명서도 붙어있고 무엇보다 나는 13개국어에 능통하거든.
아 자랑은 아니다 하하하.


저런 책이 일본어 번역이 있어?


그래서 말이다 그 흑마술 굿즈에 대한 얘기를 친구들에게 한 적이 있어.
그때 아야노코지가 들었던 거 아닐까.
그래서 아야노코지가 나한테 부탁하러 왔다 이거지.
흑마술 굿즈를 제발 좀 빌려달라고.

아야노코지가 나에게 이 얘기를 해준 것도 그때였다.

....뭐 사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난 구두쇠도 아니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니까.


그런 놈이 음료수를 남의 돈으로 사오게 하냐.


사용료로 1회 5만엔을 받고 빌려주기로 했어.


바가지잖아.


재밌을 것 같아서 나도 옆에서 보는 걸 조건으로 걸고.
그는 굉장히 기뻐했어. 이 은혜 평생 잊지 않는다면서 감사해 하더라고.
사람을 돕는 건 언제 해도 기분좋은 일이야.

.......응? 오오카와 편지는 어떻게 됐냐고?

아아. 씹었어. 무시.
가서 뭐 어쩌라고?
비디오엔 아야노코지가 찍혔겠지.
오오카와도 아는 거잖아.
교환조건을 이상한 걸로 거니까 무시당할 수 밖에.

애초에 교환조건이 괜찮았어도 아야노코지는
비디오 보다가 호흡곤란으로 죽었을 걸.

하여튼 아야노코지는 시간이 없었어.
계속 무시하고 있으면 오오카와가 언제 어떤 수단을 꺼내들지 모르니까.
그러니까 그것보다 빨리 오오카와의 숨통을 끊어야 했어.
굿즈를 빌리러 왔을 때의 아야노코지는 굉장히 당황해하고 있었어.

"빌려줄 순 있는데 이유를 알려줘."

라고 내가 말하니까 그놈은 전부 말해버렸어.
물어보지도 않은 것까지 좔좔.
사실 누군가가 들어주길 원했던 거 아닐까?
뭐 그 얘기를 듣고 나도 빌려줄 생각이 들었지만.
오오카와가 너무하긴 했다.
냄새나고.



그리고 그 굿즈가 진짜로 효력이 있는지 확인해볼 좋은 찬스아니냐.
나는 내 손을 더럽히지 않고 최고의 쇼를 볼 수 있단 말이지.

.....부자는 할 짓이 없어서 말이다.
뭐든 할 수 있잖아? 어지간한 걸로는 자극이 부족하거든.
정말로 재밌는 놀이 아니냐.


이 새끼 상상한 것보다 더 쓰레기였다.


그리고 나도 보고 싶었거든. 바로 써보기로 했다.
아야노코지도 빨리 하고 싶었을 테니까.

뭐? 사용료 5만엔?
물론 걔가 그렇게 큰 돈을....
아니 뭐 나한테는 그냥 용돈 수준이지만
그놈이 그만큼 들고다닐 리가 없잖아.
하지만 나는 대인배라서 말이다. 후불로 받기로 하고 계약금 1만엔부터 받았다.
물론 차용증에 사인도 시켰지.
친구 사이에도 예의란 게 있지 않냐.
아무리 친해도 우정을 깨고 싶지 않다면 이런 건 확실히 해둬야지.

너도 언제든 우리 집에 놀러와라.
나는 오는 건 막지 않는다.
네가 경험해보지 못한 서비스로 환영해주겠어.



.....왜 또 표정이 그래 임마.
뭐? 돈 내야될 것 같다고?
당연하지 임마.
일반 서민에게 상류계급의 생활을 보여주고
체험까지 시켜주겠다는데 공짜가 말이 되냐.

너 세상이 우스워보이냐?
짜증난다 너.
아야노코지는 좋아했다고.
홍차까지 줬다고. 서비스로.
덤으로 장소 임대료도 1만엔으로 깎아 줬다.


장소 임대료는 따로 내는거냐.


아야노코지도 고생이 많다.

뭐? 수전노?
너 나보고 지금 수전노라고 했냐?
설마 신종 수전증은 아니겠지?

돈에 환장한 새끼라는 의미로 말한 거냐?
1만엔으로 장소 제공해줘놓고 내가 왜 욕을 먹어야 되냐?
너 이 얘기 끝나고 나면 나랑 얘기좀 하자.
이 세상의 구조에 대해서 아주 싼 가격에 강의를 해주겠어.


그것도 돈 내야 되냐.


지금은 닥치고 내 얘기를 들어.
공짜로 얘기해야 되는 내 입장도 좀 생각해 봐라.



....장소로는 우리 집 주자창을 제공했다.
일반 서민의 주차장을 상상하지 마라.
우리 집 주차장은 경비행기도 주차해놓을 정도니까.
너네 집 같은 건 10채는 들어갈 넓이일 거다.
이런 장소를 1만엔에 빌려줬다고.
내가 얼마나 대인배인지 이걸로 알겠냐.

어쨌든 넓은 장소가 필요했다고.
거대한 마법진을 그려야했거든.
그리고 낮에 할 수는 없잖아?
사람들 눈도 있고. 설명서에는 새벽 2시에 하라고 써있었거든.

어쩔 수 없이 새벽 2시까지 아야노코지를 우리 집에 있게 해줬다.
서비스로.
저녁 식사도 요금을 받으려고 했는데
우리 마망이 돈은 안 내도 된다고 해서 결국 그것도 공짜가 됐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파격 서비스였다.


엄마는 그나마 사람같구나.


TV도 보여줬고 목욕까지 했어 그놈.
참 팔자 좋은 놈이야.
그리고 나서 뚫어져라 설명서를 읽더라고.
실수하지 않게 암기할 정도로 읽더만.

박쥐 날개, 도마뱀 꼬리, 두꺼비 눈알 같은 게 필요했지만
그런 걸 당장 어디서 구해.
뭐 그걸 위한 흑마술 굿즈 세트니까.
재료도 들어있더만.
역시 비싼 물건은 제값을 해요.

"이 굿즈로 어떻게 오오카와를 죽이려고?"



"악마를 부를 거야."

그놈의 눈은 진심이었다.

"악마? 악마를 불러서 죽이려고?"

"응. 악마를 불러서 오오카와의 혼을 뽑아버릴 거야.
그걸 위해 나는 악마와 계약하겠어."

쩌는 이야기다.
마치 영화같지 않은가.
악마가 우리집 주차장에 나타날 거야.
나는 바로 고급 비디오 카메라랑 고급 렌즈 카메라를 준비했다.
악마가 나오면 증거를 찍어야 할 거 아냐.
이런 찬스가 어딨냐.

그리고 악마를 잘만 찍으면 돈벌이도 될 거 아냐.
나는 이미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현찰을 가지고 있지만
돈은 아무리 있어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거든.
받을 수만 있다면 10엔이라도 받는다 난.

"야 아야노코지. 악마와 계약하겠다고 간단하게 말하는데 그게 어떤 건지 아냐?"

카메라 셋팅을 끝내고 나는 아야노코지의 의견을 확인했다.



"당연히 알지. 죽었을 때 내 혼을 악마가 가져가겠지.
하지만 그래도 좋아.
나는 사후 세계는 안 믿으니까."

"너는 사후 세계는 안 믿으면서 악마는 믿냐?"



"상황이 이러니까. 악마한테라도 부탁해봐야지."

그놈은 완전히 각오를 굳힌 것 같았다.
오오카와를 죽이기 위해 정말로 혼을 내다팔 것 같았어.

"야 이왕 악마를 부를 거면 다른 걸 부탁하는 게 좋지 않냐?"

야. 너라면 악마를 불러서 무슨 부탁을 할 거냐?

1. 죽이고 싶은 놈을 죽여달라고 한다.
2. 돈. ㅇ
3. 권력.

음. 실로 건설적인 소원이로다.
돈은 아무리 있어도 부족함이 없으니까.
아야노코지도 멍청한 놈이지.

하지만 악마랑 계약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거든.
네가 만약 그런 기회를 얻는다면 나를 꼭 불러줘. 아하하.


미쳤다고 널 부르냐


그래서 나는 걱정돼서 얘기해줬지.
제발 다른 소원을 빌어라. 라고. 아야노코지는 고민되는지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래서 나는 조금 구체적으로 제안했지.
아야노코지를 위해서.

"야. 상대는 악마야.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게 아니라고.
오오카와 같은 놈 때문에 써버리는 건 아깝지 않냐.

더 좋은 거 있잖아.

돈을 많이 달라거나
미녀를 많이 달라거나
금괴를 많이 달라거나
땅을 많이 달라거나
미녀를 많이 달라거나
미녀를 많이 달라거나...."


돈보다 미녀를 원하고 있군.




"악마는 소원은 하나 밖에 안 들어줘. 그런 소원은 안 빌어."

아야노코지는 진짜 대책이 없는 바보다.
내 제안을 생각도 안하고 거절해버렸으니까.

돈이나 미녀를 받게 되면
매니지먼트료로서 달랑 7할만 넘겨받고 죽을 때까지 아야노코지를 친구로 삼으려고 했는데.
이래서 서민들의 생각은 이해할 수가 없어요.


네가 뭔데 7할이나 가져가?!!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았다.
돈과 여자를 위해.
그리고 아야노코지를 위해


그냥 돈과 여자를 위해서 그러는 것 같은데


" 소원은 하나 밖에 안 들어주는데 오오카와를 죽이는 건 아깝잖아.
세상에는 말이다 돈 갖고 싶어도 못 갖는 사람이 있는거 하면
예쁜 마누라를 원해도 못 가지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금괴를..."



"그런 거 가지고 싶으면 네가 소원빌면 되잖아.
나는 말이다. 내 운명은 내 손으로 개척할 거야.
오오카와가 나타난 건 내 인생에서 예상 밖의 일이었다고. "



"그러니까 그놈만 없으면.... 그놈만 없으면 그 이후는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이놈은 트랜디 드라마 주인공이냐.
이름이 멋지다고 해도 이놈은 그냥 일반 서민이라고
저런 대사는 안 어울려.
그냥 여자를 원한다고 말하면 되잖아.
그게 현실이잖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이놈.

"악마는 비겁한 놈들이란 거 알지?
악마와 무슨 계약을 해도 최악의 결과로 끝나게 돼있어.
어차피 사기당할 거면 소원은 더 천천히 생각해보지 그래."

난 진자 그놈을 생각해서 얘기했다.
아야노코지의 생각이 잘못됐으니까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려고.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소용 없었어. 서민들은 뭘 말해도 들어처먹질 않아.



"계약하는 건 나야! 악마한테 사기당하든 말든 상관없어!
부탁이니까 좀 닥쳐! 이제 곧 2시야!"

그놈도 화를 내더만.
애초에 굿즈는 내건데 말이다. 그걸 쓰게 해줬는데 태도가 뭐 저 따위인지.
장소를 제공한 것도
저녁 대접한 것도
목욕탕 빌려준 것도
거실에서 있게 해준 것도 전부 나라고

그런데 태도가 저 따위야.
너무하지 않냐.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네가 더 너무해.


.....뭐?
식사를 제공한 건 내가 아니라 부모님이 아니냐고?
주차장도 목욕탕도 거실도 부모님 거라고?
야 그런 건 당연히 알지.
뭔 소리야 임마.

너 임마. 일본 법률 모르냐?
부모 건 아들 거야. 아들 건 아들 거야.
아들이 가장 이득을 보는 구조로 되어있다고.
그러니까 괜찮아.


이 게임을 하다보면 결혼하기 전에 정관수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야노코지는 내 덕을 봤다고.
아야노코지가 우리 대디랑 마망의 친구인 것도 아니잖아.
내 친구잖아.
그러니까 나한테 감사해야 할 거 아냐.
뭐가 잘못됐는데? 잘못된 게 어딨어?
넌 좀 닥치고 있어.

이제부터 악마를 부를 거거든. 중요한 순간이거든.
내가 일일이이런 얘기하면 아야노코지 얘기가 끊기거든?
얘기가 끝날 때까지 닥치고 있어.
너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들었잖아.
왜 내가 얘기할 때만 계속 태클을 거는 거냐?


네가 그렇게 만들잖아.


뭐? 태클 걸고 싶어진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가 어딨어?

.....아 알았다. 너 날 좋아하는구나.
날 좋아하니까 관심끌려고 일부러 그렇게 찔러대는 거구나?


.......그렇구나.
넌 그런 거였구나.
그래서 아까 너 게이 아니냐고 물어봤을 때 그렇게 필사적으로 부정했구나.

.........알았어.
이제부턴 널 다르게 봐줄게.

미안하지만 나한텐 그런 특수한 취향은 없거든.
날 쳐다보지 말아줄래? 내 아름다움에 반한 네 마음은 이해해.
이성 뿐만 아니라 동성까지 매료시켜버리는 나의 중성적인 매력.
.....아아 나는 정말 죄많은 놈이다.

그런데 미안하다. 나는 네 사랑에 응해줄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저 지금 악마랑 계약하겠어요. 이 새끼를 죽여주세요.


뭐? 자신에 취해있지 말고 얘기나 계속하라고?
알았어. 그런 질린 눈으로 날 보지 마라.

....에.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아 맞다 이제 악마를 불러낼 때였지.
한밤 중 2시가 다되어 갔다. 우리들은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미리 그려둔 마법진 앞에 서서 2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악마를 불러내는 건 아야노코지의 역할이다.
계약하는 건 그놈이니까.

나는 마법진에서 조금 거리를 둔 지점에 세트해둔 비디오 카메라의 녹화버튼을 누를 준비를 했다.
세기의 순간이다.
이제 악마가 우리 앞에 나타나는 거야.
손목시계를 보던 아야노코지가 손을 들었다.
2시가 됐다는 신호야.



"에로임 엣사임!! 나는 악마와 계약을 원한다!!"

그리고 마법약이 들어간 병 하나를 마법진을 향해 뿌리고 양 손을 들어올렸다.

"악마 루시퍼의 이름으로 나의 혼을 제물로 계약하겠다!"

그리고 또 병을 뿌리고 나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의 모습을 계속 촬영했다.

"에로임 엣사임!"

아야노코지는 이웃주민들에게 민폐일 정도로 큰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이번엔 다른 마법약이 들은 병을 뿌렸다.

"내 이름은 아야노코지 휴키히토! 나와 계약을 바라는 자여 오늘 지옥문을 열고 그 모습을 보여라!"

그러자 갑자기 마법진이 불타는 것처럼 붉어지는 게 아닌가.
이야 굉장했어.
거기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거야.
그리고 땅이 갈라졌다.
나는 당황하며 마법진에 카메라를 돌렸다.
그러자 갈라진 땅에서 지네와 지렁이가 우글우글 기어나오는 게 아닌가.
당황했다. 나는 벌레를 싫어하거든. 눈을 돌려버렸다.

거기다 엄청난 냄새가 올라와.
흙냄새랄까 진흙 냄새랄까 시체 냄새랄까 어쨌든 숨을 못 쉴 정도로
코를 찌르는 이상한 냄새가 주변에 퍼졌다.
나 조차도 토할 것 같았다. 그런데도 아야노코지는 아무렇지 않았어.
이것이야말로 신의 권능... 아 아니지 악마의 권능이지.

"에로임 엣사임! 나는 악마와 계약을 원한다!!"

무시하고 아야노코지는 소리를 질러댔어.
저 구린내가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어.
아니면 필사적으로 참고있는 걸지도 모르겠군.
나는 코를 틀어막고 카메라를 돌려댔다.

설마 저 흑마술 굿즈가 이 정도로 효력이 있을 줄은 몰랐거든.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고 해도 의심은 좀 했단 말이지.

곧 있자 마법진은 흰 연기에 휩쌓였다.
신기한 연기야. 연기란 건 가만이 냅두면 바람에 퍼져서 공기중에 녹아버리잖아.
이건 아냐. 바람은 거의 없었지만 마법진 중앙에 딱 고정되어있더라고.
마법진 밖으로 나갈 기색이 안 보여. 정말 신기했다.

'에로임 엣사임!! 나는...!"

"나를 부른 게 너냐?!"

그때였다. 아야노코지의 괴성을 없애버릴 정도로 큰 소리가 들렸어.
그야말로 악마의 소리였다.
지옥 끝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중저음이었어.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쫄아버렸어.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더니 멈추질 않더라고.

"접니다. 제가 불렀습니다."

"나에게 무슨 용무냐?"

악마의 모습은 연기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뭔가가 있다는 건 기척으로 느껴졌다.

"어떤 남자의 혼을 뽑아주십시오. 오오카와의 혼을 뽑아주세요."

그러면서 아야노코지는 마법진으로 다가갔어.

"오지 마. 아직 계약은 끝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질문하자 연기 속에서 하나의 가느다란 팔이 튀어나왔어.
닭발 같은 손이었어. 뼈와 가죽이 딱 붙은 듯한 울퉁불퉁한 진한 피부색의 손이었지.
손톱 끝에는 철사같은 손톱이 붙어있었고.
그 손톱이 한 장의 종이를 잡고 있어.

한글 같기도 하고 상형문자 같기도한 해독할 수 없는 문자가 빽빽하게 적인 색 바랜 오래된 종이였어.


참고로 이거 원문에서도 '한글'이라고 뜹니다.

계약서란 보통 거기 써있는 계약조건을 읽고 수긍할만 했다고 판단했을 때 사인하는 거잖아.
그런데 저걸 누가 읽어. 13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나도 본적이 없는 글자였다.
악마도 일본인이랑 계약할 때는 일본어 번역 계약서를 들고와야 하는 거 아니냐?
저건 완전 일방적인 계약이야.

"자 이 계약서에 사인해라. 그러면 너의 꿈은 이루어진다."

아야노코지는 손을 뻗어 계약서를 집으려고 했지만 순간 머뭇거렸어.
역시 불안했겠지. 죽으면 혼을 빼앗기니까. 그리고 속으면 안 되니까.
하지만 악마가 이미 나와버렸으니까 이제와선 늦었어.

"오오카와 다이스케 혼을 뽑는 거 맞죠?"

"그렇다. 소원은 그거 하나 맞나?"

"오오카와 다이스케는 우리 반에 있는 오오카와 다이스케입니다.
엉뚱한 오오카와 다이스케 혼을 뽑으면 안 됩니다."

"알았다. 너네 반 오오카와 다이스케로구나."

"혼을 뽑아버리세요."

"알았다. 혼을 뽑겠다."

"혼을 뽑아달라는 건 아예 죽여달라는 겁니다."

"아 알았다. 죽여줄게."

"죽였는데 좀비가 되어서 쫓아 오면 안 됩니다."

"알았다. 좀비가 되어서 쫓아오는 일은 없을 거야."

악마도 참 인내심이 강한가 봐.

아야노코지는 아무래도 좋을 질문까지 하고 있는데
악마는 화도 안 내고 진지하게 대응했어.
역시 실적 좋은 비지니스맨은 악마의 화신이라는 말은 사실인 것 같아.

아야노코지의 연속 질문이 끝나고 이번엔 악마가 확인했어.

"잘 알아둬라. 네가 이 계약서에 사인하면 네가 죽었을 때 너의 혼은 내 것이 된다.
그 혼을 무슨 용도로 써도 상관없겠지?"

"......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보통 망설이잖아.
아야노코지는 거의 바로 받아들이더라고. 그렇게 서로의 확인은 끝났다.

"그럼 이 계약서에 사인을 해라.

"아얏!!"



악마는 참 꼼꼼한 것 같아.
계약서를 손톱에 끼운 채로 남은 손으로 아야노코지의
엄지 손가락에 상처를 냈어.
엄지엔 피가 볼록 솟아올랐지.

"자. 피의 지장을 찍어라. 그럼 계약은 성립된다."

아야노코지는 말하는대로 엄지를 계약서에 눌렀어.
계약은 무사 성립된 거야.
악마의 팔은 계약서를 가지고 연기속으로 사라졌어.

"으억!!"

그것과 동시에 아야노코지가 목을 감싸안고 괴로워하기 시작했어.
나는 도와주는 것도 잊고 카메라를 돌려댔다.
아야노코지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흰 눈을 뜨고 입에서 거품을 뿜어댔다.

그야 그렇지. 엄청난 냄새니까.
지금까지의 긴장이 계약과 동시에 풀리면서 끊어진 거야.
그걸 보면 호러 영화를 볼 필요가 없어져.
연기가 점점 땅 속으로 빨려들어갔지만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어.

아야노코지는 주머니에서 휴대용 산소호흡기를 꺼내서 입에다 댔어.
오오카와와의 만남이 저놈을 강하게 만든 거야.
실로 용의주도한 놈이야.
그리고 호흡이 편해졌나 질질 기어서 내쪽으로 다가오려고 했어.

....하지만 결국 실패했어.
무서운 일이 일어난 거야.
연기가 사라졌지만 악마는 사라지지 않았어.
그리고 악마가 그 공포스런 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낸 것이다.



"아야노코지 군 괜찮아?!"


익숙한 목소리로 악마가 말했다. 항상 학교에서 듣는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
사라져가는 연기 속에 서있는 건 오오카와 다이스케였다.





WHAT THE?!!!


오오카와의 손에는 그 닭발 같은 악마의 팔 장난감이 들려있었다.
애들 장난감이잖아 저거. 멀리있는 물건을 집는 매직핸드였어.
악마의 모습을 봤을 때 아야노코지의 얼굴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

산소호흡기를 입에 댄 채로 알 수 없는 괴성을 내며 몸을 떨고 있었다.
오오카와는 자기 발밑을 기어가는 아야노코지의 발목을 잡아 자기쪽으로 끌어당겼다.

"고마워 아야노코지 군. 나랑 계약해줘서."

그건 그렇고 아야노코지도 굉장한 놈이다.
이 지경이 되도록 호흡기는 입에서 떼질 않더라.
발을 파닥파닥 대면 아야노코지는 절규했다.
오오카와는 도마위의 생선을 요리하는 주방장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어.



"아야노코지 군도 참. 내가 악마야.
나는 네가 참 마음에 들어서 어떻게든 너와 계약하려고 했어.
하지만 난 아직 저급한 악마라서 너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악마로서 계약하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었어.

....쭉 기다리고 있었어.
네가 날 부르기를. 너와 계약했으니까 이제 괜찮아.
나는 널 배신하지 않을 거니까."


"으으으윽?!"

"나를 죽이는 게 조건이었다고 말하고 싶어?
괜찮아. 난 이미 죽었거든. 이거 봐라?"


오오카와가 셔츠를 열어재치자 심장 쪽에 구멍이 횡하니 뚫려있었어.



"으으으으으으윽?!!!"

그걸 보고 아야노코지가 또 절규했다.



"좀비가 되어서 쫓아오면 안 된다고 계약했다고?
괜찮아. 난 좀비가 아니라 악마니까."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비겁하다고 말하는 거야?
원래 악마는 비겁한 거잖아? 난 이래뵈도 성실한 악마라고.
일단 네가 장수할 수 있게 계속 돌봐줄거고 네가 성공할 수 있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줄게.
그리고 죽으면 네 혼은 내가 책임을지고 귀여워해줄게.
나쁜 짓은 안할 거야. 매일 키스해줄게."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그렇게 기뻐하지 않아도 돼. 나는 널 사랑하니까.
영원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둘 만의 시간을.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아야노코지의 도주 속도는 정말 빨랐다.
오오카와의 손을 빠져나와 엄청난 속도로 바로 튀어버렸어.
그리고 오오카와가 그 뒤를 따라갔다.
여전히 뱃살을 출렁거리며

"기다려! 나한텐 계약서가 있으니까. 이제 넌 내 거야.
어디로 도망가도 세상 끝까지 쫓아갈 거야. 우하하하하하하하!!"


오오카와의 모습도 보이지 않게 되었고
기분나쁜 웃음 소리만이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기 승 전 게




이걸로 내 얘기는 끝이다.

....어떠냐. 무서운 이야기였지.
너무 무서워서 말도 안 나오냐.
그러냐. 어쩔 수 없지.

.....뭐? 그 후에 둘이 어떻게 됐냐고?

둘 다 학교 잘 다닌다.

적어도 오오카와는 행복하지 않을까.


미친 학교다. 악마가 아무렇지도 않게 인간과 같이 생활하고 있어.


아야노코지도 이제 다 포기한 느낌이야.
이게 다 자기 팔자라고 생각하고 최근엔 자신에게 자기최면을 걸고있어.

....그건 그렇고 악마의 집념은 굉장한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손에 넣어버리니까.
오오카와? 여전히 냄새나.
그렇지만 이제 아야노코지도 신경쓰지 않게된 것 같아.

뭐 악마는 계약을 지키니까.
오오카와의 냄새로 아야노코지가 죽어가면 어떻게든 지켜주는 거지.
그래 맞아. 한 번 아야노코지가 이런 말을 했었다.

사후 세계가 보일 때 반드시 자신을 도와주는 누군가가 손을 뻗는다고.
필사적으로 그 손을 잡으면 그 손은 오오카와 손이라고.
이렇게 된 이상 운명을 받아들이고 오오카와를 좋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숨을 쉬면서 한탄했다.
인간은 언제 운명이 미쳐버릴지 몰라.


학무에서 이렇게 불쌍한 놈은 처음이다.


그 흑마술 굿즈는 지금도 우리 집 찬장에 들어있다.
만약 네가 쓰고싶다면 나한테 말해.


안 써!! 오오카와가 튀어나오는 그딴 불량품!!



1회 50만엔에 빌려주겠다



왜 또 10배로 불었어?!!




비싸다고? 뭐가 비싸.
진짜 악마가 나오는 물건이라고.
1000만엔을 줘도 모자라.
오오카와 같은 악마만 계속 나온단 보장도 없잖아.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의 절세미녀 악마가 나올지도 모르잖아.


오오카와가 안 나온단 보장도 없잖아!!


뭐 언제든 말해줘.



....비디오는 어떻게 됐냐고?
...... 후후후 말 잘했다.
다 찍어놨다. 사진은 별로인데 비디오가 대박이야.



그런데 방송국에 들고가봤는데 개무시를 하더라고.
악마가 나오긴 했는데 오오카와잖아? 박력이 없다고.
그리고 아야노코지랑 한 그 꽁트.
긴장감이 하나도 없잖아.
차라리 오오카와가 양 뿔이라도 달고 악마처럼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나름대로 잘 찍었어.
뭐 난 영화감독의 재능도 있거든.
한 번 봤는데 그 카메라 앵글은 아마추어는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심심하면 보러 와라.

1회 관람료 10만엔에 보여주겠다.


꺼져!!


비싸? 뭐가 비싸 임마.
그냥 영화같이 특수효과가 아니라 진짜라고 진짜.
다큐멘터리라고.
너무나도 리얼해서 아무도 안 믿어주는게 불만이지만.
어느 시대든 천재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법.
그러니까 나는 화 안 내.
믿을 놈만 믿어주면 돼.



너도 악마의 표적이 되지 않게 조심해라.
내가 보기에 악마는 호구같은 놈을 좋아하는 것 같아.
너도 악마한테 인기있을 것 같아. 하하하.




카자마가 그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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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160 2013/12/29 23:14 # 삭제 답글

    불쌍해... 아야노코우지... 진짜...
  • 소시민A군 2013/12/29 23:17 # 답글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 도밍고 2013/12/29 23:18 # 답글

    악마가 ㅋㅋㅋㅋㅋ 워햄머 너글이었어...ㅋㅋ
  • 창검의 빛 2013/12/29 23:19 # 답글

    ...........마귀 같은 놈들. 아 한놈은 진짜 마귄가?
  • 세잎클로버 2013/12/29 23:31 # 답글

    아.............................
    아야노코지 너무 불쌍해......................... ㅠㅠ
  • Ladcin 2013/12/29 23:32 # 답글

    너글의 사자랑 계약한거라니 으허헣헣우럴ㄴ ㅠㅠㅠㅠ
  • 배길수 2013/12/29 23:41 # 답글

    너글....(3)
  • oooo 2013/12/29 23:39 # 삭제 답글

    너무 불쌍해서 눈물나긴 처음인 것 같네요 그래 차라리 자살이 해답이었는데...
  • 死海文書 2013/12/30 00:20 # 답글

    이건 무섭기 이전에 너무 슬프네요....
  • dddd 2013/12/30 00:25 # 삭제 답글

    이렇게 불쌍한 녀석은 처음입니다 ㅠㅠ
  • ㅇㅇ 2013/12/30 00:47 # 삭제 답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닼ㅋㅋ엌ㅋㅋ
  • LONG10 2013/12/30 01:01 # 답글

    좀 더 상급악마를 소환하여 하급악마를 처죽여주세요 하는 방법은 안 될까 생각해봅니다. 위법이려나요...

    실은 리그베다위키에서 아야노코지 항목을 보고서 궁금해서 향긋한 냄새 내용을 알고 보다가 괜찮은 드립이 떠올랐는데 내용누설이라 참고 있었더니 이제는 안 떠오르네요. 후 슬프다...

    그럼 이만......
  • 흑단 2013/12/30 01:14 # 답글

    이제 죽어도 헤어나올수 없는 불쌍함...
  • 신선꽃 2013/12/30 03:21 # 삭제 답글

    그동안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댓글 답니다. 안녕하세요'ㅁ')/
    일단 수고하셨습니다....... 아파시에서는 카자마가 괴담다운 괴담을 얘기해 주네요. 그 공포가 뭔가 일반적인 공포와는 다른 거 같지만 뭐 이젠 아무래도 상관 없어...........;;;
  • 아무것도없어서죄송 2013/12/30 05:06 # 답글

    반전이 대박입니다 ㅋㅋㅋ
  • . 2013/12/30 07:30 # 삭제 답글

    끔찍하네요.. 현재 진행형이라서 더더욱
  • G-32호 2013/12/30 08:43 # 답글

    인간조차 아니였어..

    이것이 코즈믹 호러인가
  • Althea 2013/12/30 11:23 # 답글

    와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무서운 얘기는 처음입니다...
  • 대젠거 2013/12/30 11:33 # 삭제 답글

    방금 전 악마를 응원했던건 인생 베스트 5 안에 들정도의 실수였습니다.
  • giantroot 2013/12/30 12:37 # 삭제 답글

    아야노코지: 인생은 고통....!
  • 전뇌조 2013/12/30 14:03 # 답글

    .....보통 아무리 끝에 몰려도, 죽으면 끝인데.........
    ........

    틀렸어.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벗어날 길이 없다.
  • ㅇㅇㅇ 2013/12/30 17:43 # 삭제 답글

    학무에서 나온 스토리중 제일 슬프네요...
    이태까지 나온애중에 제일 잘생겨서 응원하고있었는데...
  • 선풍기 2013/12/30 20:29 # 삭제 답글

    아야노코지....ㅜㅜㅜ
    유야 이후로 이렇게 가슴 찢어지는 전개는 처음이다
  • 검은장식총 2013/12/30 21:56 # 답글

    미친 이런 전개 생각치도 못했어 분명 오오카와가 살아있다는건 카자마가 소개시켜줄까? 이대목에서 알아보긴 했지만 그냥 아야노코지가 죽거나 그런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둘다 살아있고 지옥에 연속이라니...진짜롬 카자마 답다.
  • kyhdd63 2013/12/30 22:59 # 삭제 답글

    카자마 너 이 새.....
  • 브로큰팬텀 2014/01/01 09:40 # 삭제 답글

    이건 꿈과 희망도 없는거 보니 러브크래프트의 코스믹 호러를 연상시키네요
  • 꼬장꼬장한 하프물범 2014/01/03 16:22 # 답글

    오 세상에
  • ㅇㅇ 2014/01/07 14:23 # 삭제 답글

    이제까지 본 학무 스토리중에서 이게 제일 예측불가에 무섭네요
  • 슈에이 2014/01/28 14:36 # 삭제 답글

    아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왔더니 애퍼시가 있어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중간중간의 속시원한 딴지도 너무 즐겁게 읽고있어요 ㅋㅋ 감사합니다 빌트군님!!

    이렇게 비참하고 처절한 에피소드는 처음이네요 ㅋㅋㅋㅋㅋ
    진짜 학무 시리즈중 가장 불쌍한게 아야노코지 같습니다 흑흑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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